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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브랜드가 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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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에 대한 생각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보적인 오라를 뿜어낸다. 그들은 무작정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차분히 다듬는 데 시간을 쓴다. 젊음의 패기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수많은 경험이 응축된 여유와 관록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런 사람들에게 시간은 적이 아니라 자기 가치를 숙성시켜 주는 효모와 같다.

모두를 위한 전략은 누구를 위한 전략도 아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면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맞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뚜렷한 주관과 기호, 태도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반감을 산다. 그렇지만 바로 그 뚜렷함 때문에 나와 결이 맞는 누군가는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은 언제나 호불호가 명확한 존재들에게서 피어난다.

태도가 전부다

어떤 회사와 계약할 것인가에서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로.

번지르르한 기술이나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만드는 태도다. 태도가 인상적인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99도와 100도의 차이

감동은 예상하지 못한 디테일에서 온다.

많은 사람이 어느정도까지는 일을 잘 해낸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갈리는 순간은 마지막 한끗에서 온다.

상대방이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사소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울림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이 별것 아닌 듯 보이는 한 끗이 상대방을 위한 세밀한 배려이자, 그만의 감각이다.

내 손을 떠난 결과물이 상대방에게 가 닿았을 때 어떤 인상과 경험을 줄 것인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디테일은 배우면 할 수 있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쌓아 온 상상과 공감의 영역이다.

물은 99도에선 끓지 않는다. 마지막 1도가 더해져야 비로소 펄펄 끓어올라 수증기가 되고 변화를 만든다. 일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99퍼센트에 남들이 미처 생각 못하거나 놓치기 쉬운 마지막 1퍼센트를 더할 때, 임계점을 넘는다. 그렇게 임계점을 넘기는 이를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설득은 테크닉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의 총량'이 중요하다.

설득이란 어쩌면 논리의 싸움 이전에 존재의 싸움이란 생각이 든다.

일단 내게 맡겨진 작은 프로젝트에서부터 묵묵히 의미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작은 업무에서부터 좋은 성과를 보여 주고, 그 작은 신뢰가 쌓여 말에 무게가 실리면 설득은 기술의 영역이 아닌 확인의 영역이 된다. 그때가 되면 굳이 목소리 높여 설득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제안이 회사를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질 테니까.

결국 설득의 기술은 상대방의 귀를 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내가 만들어 온 결과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나라는 존재 자체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평가할 때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인 '피크'와 마지막 순간인 '엔드', 이 두가지로만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의 피크엔드 법칙)

리스크를 고려하지 마라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레퍼런스를 피하는 선택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퍼런스를 보고 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애쓸 때, 나는 다른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오답지로 그것을 활용한다.

나에게 레퍼런스는 '이렇게 하자'는 지침서가 아니라 '이것만큼은 피하자'는 경계선이다. 진짜 시장조사는 남들의 방식을 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남들이 이미 점유하는 자리를 확인하고 그 빈틈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나는 시장의 언어를 철저히 피해야 할 오답으로 규정했다. 모든 브랜드가 가벼운 만남을 외친다면, 그 반대편에는 가볍지 않은, 진지하고 묵직한 관계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빈틈이 존재하리라 생각했다.

남들이 다 가는 안전한 길을 등지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 본능을 거스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쉽게 동의하고 정답이라 부르는 아이디어는 식상해진지 오래다.

그러니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레퍼런스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비록 그것이 현재 시장의 공식이라도 그 길을 따라간다면 결국 비슷해 보이지 않을까?' '이게 우리 브랜드만 선보일 수 있는 독창적인 결과일까?'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정답이 없는 판이라면 불안하다고 남의 모습을 따라 하느니 차라리 내 직관이라는 도마 위에서 썰리고 깨져 보는 편이 낫다. 남들이 모두 향하는 곳을 피해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고집. 그 선택이 쌓여야 결국 스스로가 남들이 따라 하고 싶어 하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변수에 연연하지 않기

어쩌면 세상일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는 듯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수로 말이다.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성실한 행동, 결과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까지 디테일에 신경쓰기, 약속을 지키는 태도,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지려는 노력, 이런 것들.

변수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상수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 오늘의 실패가 전화위복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성공이 자만심을 부르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하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점치려 하거나, 1년 뒤나 3년 뒤에 어떻게 될지 지금부터 걱정하지 말자. 결과가 좋으면 고마워하고, 결과가 나쁘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좋은 결과를 위해 다시 노력하면 된다. 오늘 내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이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진리다.

완벽보다 완성이 낫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아무리 실행이 중요하다지만 낙하산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건 용기가 아니라 객기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완성'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는 실행 과정이다.

냉정하게 말해 세상에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100년을 준비해도 100퍼센트 완벽한 기획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시장은 늘 변하고 변수는 언제나 튀어나온다. 그러니 '완벽'을 목표로 삼으면 영원히 출발선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선'은 다르다. '지금 내 능력과 자원 안에서 이 것이 최대치'라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진정한 의미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남들 보기에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진 못해도 적어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나. 그 치열한 고민과 준비 과정이 담겨 있어야 비로소 시장에 내놓을 자격이 생긴다. 무작정 설익은 결과물을 내놓고 "완벽보다 완성이 낫다"라고 외치는 건 프로의 태도가 아니라 아마추어의 변명에 불과하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밀도를 반드시 갖춰야 상대방도 내 기획을 진짜로 대우해준다.

명품은 존재감으로 승부한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매 순간 전력 질주를 할 수 없음을 절감했다. 그러자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듯한 공허함과 우울함이 밀려오곤 했다. '늘 바쁘게 살아야 하는데 이런 여유가 생긴다는 건 내가 점점 가라 앉고 있다는 뜻 아닐까?'

발로 뛰며 양으로 승부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존재감과 밀도로 승부하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렇게 브랜드가 된다』에서 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