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직업의 기술과 자의식
재미란 무엇인가
재미는 "즐거움과 행복과 관련이 있지만, 그 둘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냥 즐거운 상태, 영원히 행복한 상태는 재미있지 않고, 그런 상태를 서술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지 않다. 우리가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스트레스가 발생하지만 계속해서 연결되며, 그 스트레스의 범위는 어느 선을 넘지 않는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 어린 시절 친구와 몸으로 하던 놀이도, 나이 들어 직장 동료와 주고 받는 농담도 그렇다. 음악도 불협화음이 적당히 섞여야 흥미롭다.
문체에 대해
모든 저자들이 고유한 문체를 가진 것은 아니다. 고유한 문체를 지니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문체는 작가 자신이다. _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중요한 것은 문장이 아닌 작가의 개성이며, 이때의 개성이란 인간과 세상을 보는 방식까지 포함한 넓은 개념이다.
소설가의 독서
나는 소설 작법서와 소설가들이 소설 쓰기에 대해 말하는 에세이를 종종 읽는다. 그런 독서가 정신건강에 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소설가들도 소설 쓰는 요령에 대해 나처럼 아는 게 없고, 다들 고생하며 쓴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예비 소설가들에게 나는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으라'고 조언한다. 내가 접한 예비 소설가들은 대부분 소설이 너무 좋아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이었고, 나도 그렇다. 그들은 좋아하는 소설 장르가 있고 나도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그 장르 작품만 읽다 보면 그 장르가 왜 특별한지, 어느 방향으로 잠재력이 있는지 도리어 모르게 된다. 고양이와 비교할 때 개의 특징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문학은 늘 이웃 학문과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 축적 속에서 자신의 문장과 사유를 쌓아 올린다. _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칼럼(2024년 11월 13일자)
지독한 소설
분명 힘든 고비를 넘어설 때 기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세만으로는 부족하고, 선을 넘어서는 일 자체를 목표로 삼는 건 우스꽝스럽다. 목표와 방향은 보다 차갑고 차분한 머리에서 나와야 할 것 같다. 그 목표까지 걸어야 하는 길이 험난해 보일 때, 두려운 마음이 일 때, 그때 독기가 필요하다. 나는 가고야 말 거야. 가로막는 건 다 부숴버릴 거야. 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할 거야. 그런 성실한 독기.
독기는 에너지다. 창작의 에너지로서 독기의 단점은 정교하게 제어하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미세하게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을 바꾸기 어렵고 제동도 잘 안 되며, 최악의 경우에는 엔진에 불이 붙는다. 독기의 장점은 정신과 몸 양쪽을 오갈 수 있는 에너지이고, 폭발력이 있으며, 지구력도 준수하다는 것이다. 독해지면 몸에 기운이 나서 집중력이 더 발휘되고 그 결과 생각이 더 날카로워진다.
소설가의 가오
자신이 소설을 써야 하는 사람인지 고민하는 이에게 중요한 것은 갈망의 이유가 아니다. 갈망의 크기다.
타고난 재능이 흘러넘쳐서 그런 고민 없이 멋진 작품을 쓰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좋은 소설'과 '좋은 소설가'는 꽤 다른 개념 같다. '소설을 왜 쓰려 하는가'라는 고민 없이 좋은 소설을 한 편 쓸 수도 있지만, 좋은 소설가가 되려면 반드시 그 고민을 거쳐야 하는 것 같다.
돈을 벌고 상을 타고 명성을 얻기는커녕 원하는 작품을 쓰지도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초짜 소설가는 자신이 가장 절실히 구하는 게 뭔지, 그걸 얼마나 간절히 추구하는지 깨닫는다. 절실해질수록 더 명료해진다. 내가 쓰려는 작품은 뭘까? 어떤 작품을 써야 만족할따? 아니, 최소한 어떤 작품을 시도해야 실패해도 후회가 없을까? 그런 질문을 고민하기 전에 생존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가오 없이 쓰는 소설
작가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지요. 어떤 작가가 정직한 사람이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면, 나쁜 작가가 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명확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옮길 수 있으니까요. _ 프리모 레비, 작가란 무엇인가3
소설가 장강명의 본업분투 에세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 3년 만에 2권으로 돌아온다. 어느덧 작품활동만 15년이 넘은 중견 작가가 된 장강명. 소설 집필 기술부터 문학을 둘러싼 세계의 확장, 문학계와 출판계가 마주한 AI, 이 이상한 직업의 어둠과 빛까지 소상히 비춘다. 단행본 저술업자이자 소설가로서의 본질을 붙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
할말 없음. 마지막 파트가 퀄리티를 확 높였다.
「작법」 분류의 글
- 이상한 직업의 기술과 자의식지금 읽는 글
- 얼굴이 빛나지 않는 자는 별이 되지 못한다2026-09-10
- 상상력 사용법2026-09-09
- 당신이 모르는 당신 안의 것2026-09-09
- 무턱대고, 저돌적으로, 충동적으로, 정직하게 일기를 쓰라202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