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기본기, 장르, 그리고 '꿈으로서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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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사항들, 즉 문법과 구문론, 구두법, 화법, 문장의 다양성, 문단 구조 등등을 마스터 - 그것도 완벽히 마스터 - 하지 않고서도 잘 쓰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제대로 된 도움과 제대로 된 책만 있다면 훌륭한 학생들은 누구나 두 주 만에 기본 원칙들을 완전히 학습할 수 있다.

견습 작가가 기본 원칙들을 마스터했다고 치자. 그는 어떻게 소설을 시작해야 할까? 그는 무엇에 관해 써야 하며, 자신이 잘 썼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이에 대한 흔한 대답, 그리고 대개 유감스러운 대답은 "당신이 아는 것에 대해 쓰라"는 것이다. 혹은 더 나아가 "당신이 알고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이야기 - 유령 이야기, SF 작품, 당신의 유년기를 있는 그대로 다루는 이야기 같은 것들 - 를 쓰라."

기본적으로 예술가가 사고하는 최소 단위 - 그가 작품의 디테일들을 선별하고 체계화하는 주된 의식적, 무의식적 바탕 -가 바로 "장르" 라는 사실이다.

고대의 작가든 현대의 작가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앉아서 글을 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들은 이런저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쓰기 위해, 혹은 이런저런 형식들을 뒤섞어 뭔가 새로운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자기 표현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뭐가 됐든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또한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어떤 소설 작품에서건 작가의 첫번째 임무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이야기하는 사건 (우주의 법칙들의 사소한 변화를 가정하여) 실제 일어났거나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혹은 명백히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독자가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리얼리즘 작가가 사건들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핍진성(verisimilitude, 어떤 이야기나 이론이 ‘그럴듯하게 믿기게 만드는 정도’, 즉 작품 내부 맥락에서 독자가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설득력)을 통해서다. 핍진성에 의존하는 글의 경우,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는 스토리 속에 실재하는 배경 - 클리블랜드, 샌프란시스코, 조플린, 미주리 - 을 등장시키고, 자신이 택한 배경에서 우리가 실제로 만날 법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그는 거리, 상점, 날씨, 정치 그리고 클리브랜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자신의 캐릭터들의 표정, 제스처, 경험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작가가 들려주는 스토리가 틀림없는 사실일 거라고 믿게 만든다.

물론 스토리가 사실이라고 해서 작가가 캐릭터와 사건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야 할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그가 자신의 일을 엉망으로 해놓았다면 독자는 심지어 작가가 살면서 실제로 목격한 사건을 쓰더라도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 작가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무언가를 깜빡했거나 빼먹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리얼리즘 작가들의 작품이 우리를 설득할 때, 모든 효과들은 - 그것이 가장 미묘한 효과라 할지라도 -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 시시각각으로 단서들을 마련해야 하는 이러한 종류의 작업은 리얼리즘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소설의 주축이 되는 일이다.

한 줄 한 줄 씩 쌓아 리얼리즘 작품을 써낸다는 건 거리나 상점을 정확한 명칭으로 부른다거나 사람과 이웃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 훨씬 이상의 일을 요구한다. 작가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세심히 관찰해 얻은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매순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작가는 그 매 순간들 간의 관련성, 분명한 제스처, 얼굴의 표정, 또는 주어진 장면 내에서 인간의 감정을 시시각각 변하게 하는 다양한 화법을 제시해야 한다.

리얼리즘 작가가 독자를 설득하려 드는 반면, 이야기 작가는 독자가 의혹을 떨쳐버리도록 매혹하고 달랜다. 즉 불신을 유예하도록 설득한다. 이야기 작가는 우리의 의혹을 간단히 묵살해버린다. 자신이 이야기하려는 사건들이 믿기 힘든 종류의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감 있고 권위 있는 화자의 어조로 우리의 불신을 유예하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전제를 깔아 놓음으로써 앞으로 펼쳐지게 될 더더욱 이상한 일들의 문을 열어놓은 후, 이야기 작가는 매순간 리얼리즘 작가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디테일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직조해나간다.

우리가 화자를 '믿는' 것은 이야기의 목소리가 우리를 매혹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는 캐릭터의 제스처, 정확히 묘사된 그의 표정, 그리고 그의 괴상함에 대한 남들의 반응 모두가 이런 이상한 상황에서 정확히 일어날 법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확실성을 부여하는 디테일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리얼리즘 작가와 이야기 작가 간에는 명백히 큰 차이점 하나가 존재한다. 리얼리즘 작가는 독자에게 증거들을 퍼부으면서 계속해서 진짜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야기 작가는 이야기의 중요한 순간들에 생생함을 불어넣기 위해 - 부분적으로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아름다움과 재미로 우리를 설득함으로써, 그리고 확실성을 부여하는 디테일들을 보다 경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 사건을 단순화 할 수 있다.

모든 주요 장르에서 선명한 디테일은 소설의 활력의 근원이다. 핍진성, 화자의 목소리를 통한 불신의 유예, 혹은 작가의 거짓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신호 등은 아마도 내가 위에서 예로 든 작품의 외적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주요 장르에서 내적 전략은 동일하다. 독자는 작가가 서술하고 있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라는 증거들을 - 자세한 관찰의 결과인 디테일의 형식으로 - 계속해서 제공받는다.

즉 좋은 소설의 모든 페이지에서 그러하듯, 여기서도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것, 우리를 믿게 만들거나 불신조차 망각하게 하는 것, 또는 우리가 그 거짓말을 비웃으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외형적인 디테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위대한 소설의 가치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거나 우리가 문제들에게서 벗어나게 해주고 사람과 장소 들에 대한 지식을 넓혀준다는 데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믿는 것을 알도록 도와주고 우리 안의 가장 고귀한 가치들의 힘을 북돋아주며 우리가 우리의 잘못과 한계들에 불편함을 느끼게끔 만들어주는 데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우선 꿈의 효과가 강력하려면 그 꿈이 반드시 생생하고 연속적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생생해야 vivid 하는데, 우리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또한 캐릭터들이 누구며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우리의 감정과 판단력은 분명 혼란에 빠져 사라져버리거나 차단되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연속적 continuous 이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흐름이 끊기는 행동은 시작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쭉 이어지는 행동보다 필연적으로 더 약한 힘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준다. 그는 독자의 마음 속에 그 장면을 생생히 떠오르도록 만든다. 즉 그는 구체적 디테일들을 최대한 많이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장면을 엄청나게 생생히 '꿈꿀 수 있도록' 만든다. 작가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의 시적힘을 통해 보여준다. 디테일을 통해 작가는 선명함 vividness에 도달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규칙들이 가지는 커다란 난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작문에 대한 기본기도 없이 쓰려고 하지 말 것, '당신이 아는 것'을 쓰려 하지 말고 대신 장르를 택할 것, 독자의 마음 속에 일종의 꿈을 만들어내되 그 꿈을 조금이라도 방해할 만한 요소들은 모두 기를 쓰고 피할것 - 이는 아주 많은 규칙을 수반하는 생각이다.

나는 비록 이상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대답이 "당신이 알고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이야기를 쓰라"라고 말했다. 즉 장르를 택하고 그 장르 안에서 쓰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작하라. 작가 지망생은 우선 여러 장르들을 훑어보고 그것들의 종류가 얼마나 많으며 그것들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발견해나가면서 분명 스스로 즐거워할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이 고른 장르의 훌륭한 예시가 될 작품을 한 편 써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학생 자신에게 어떤 자유가 있으며 가능성이 얼마나 넘쳐나는지를 상기시켜줄 수 있고, 또한 그가 독자적인 길을 찾게 해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진정한 예술가를 만드는 자질들은 습작생이 자신이 아는 한 최대한 진지한 방법으로 작업하는 데 절대 방해받지 않을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것은 진짜배기이며, 단지 연습을 위한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절대 습작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실패한 시들을 썼을 때, 그것들을 습작이라고 부른다" (로버트 프로스트)

비전문가에게 서술의 역할이란 단순히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캐릭터들을 주변인들과 동일시함으로써 그 캐릭터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며, 후반부에 가서 뒤집어지거나 불타오르거나 폭발할 소품들을 제공하는 정도로만 보일 것이다.

훌륭한 서술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한다. 즉 그것은 작가가 무의식 상태로 내려가 자신의 소설이 반드시 던져야만 하는 질문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운이 좋으면 그 대답들에 대한 힌트까지도 얻을 수 있는 방법들 중 하나다. 훌륭한 서술은 상징적인데, 그것은 작가가 그 안에 상징을 심어두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식으로 작업함으로써 자신에게도 여전히 커다란 의문인 상징들을 의식의 층위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소설이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어나감에 따라 그는 의식적 층위에서 상징들을 다루면서 마침내 그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해, 결국 독자의 마음을 가득 채우게 될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가상의 꿈은 작가의 마음 속에 자리한 몹시도 불가사의한 꿈에서 시작된다. 독자의 눈에 보이는 질서를 작가가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글쓰기와 끝없는 퇴고 과정을 통해서다. 작가에게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과 의미를 전달하는 일이 별개가 아니다.

『소설의 기술』에서 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