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법칙과 예술의 비밀
서문
필요한 것이라고는 작가 지망생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게 전부다.
만일 어떤 이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도저히 해낼 수 없다면 이 책은 그가 작가가 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라 다른 어떤 고귀한 목적을 위해 태어났음을 깨닫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주식 시장을 예측한다거나 농구를 잘하는 능력과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는 타고나는 것이긴 하지만, 글쓰기 능력이란 대개 진심에서 우러나온 글쓰기에 대한 사랑에 힘입은 훌륭한 가르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미학 법칙과 예술의 비밀
'미학적으로 절대적인 것들 (aesthetic absolutes)를 찾으려는 행위는 작가의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게 하고 만다. 소설에서 어떤 것은 절대 불가능하고 어떤 것은 늘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설득당하기 시작할 때 그는 미학적 관절염의 발병 초기에 이른 것이다.
예술은 감정, 직감 (Intuition), 취향에 크게 의존한다.
작가의 문장에 리듬을 부여하고 그가 쓰는 에피소드들에 기복이 반복되게 하는 것, 교차되는 각 요소들의 비율을 정함으로써 대화가 서술이나 내러티브의 요약 혹은 어떤 물리적 행동으로 전환되기 딱 이전까지만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감정이다.
상상 (fancy)이 보내오는 것을 작가는 판단 (judgement)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의미하는 바와 의미하고자 하는 바를 마치 평론가와도 같이 냉정하게, 철저하고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자신의 방적식을 완성해야 하고, 자신이 한 말의 가장 미묘한 함의까지도 생각해야 하며, 자신의 캐릭터들과 사건의 진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설의 형식의 진실에도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또한 더 훌륭한 것을 얻기 위해 언제 정확성을 희생해야 하는지, 어떻게 단순화하며 지름길을 택할지, 어떻게 중요한 것은 계속 전면에 두고 덜 중요한 것은 배경에 둘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야만 한다.
따라서 창작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첫번째 법칙이자 마지막 법칙은, 비록 쉽게 출간될 수 있는 평범한 소설 - 모조 소설(Imitation fiction)을 위한 법칙은 있을지언정 진짜 소설을 위한 법칙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모든 진지한 작가들이 생각해봐야 할 정말 많은 사항이 있다. 그러나 법칙 같은 건 없다. 창작이란, 결국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터무니없는 것을 용인하게 만들면서 모든 예술가들이 느끼는 가장 큰 기쁨들 중 하나인 것이다.
단지 어떤 작품이든 그것이 가진 가치 혹은 '지구력(staying power)'이란, 그의 직감, 예술과 세상에 대한 그의 지식, 그의 정통함(mastery)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정통함은 힘이 세다. 실망스러운 말처럼 들리겠지만 초보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련의 규칙들이 아닌 정통함, 그 중에서도 소위 규칙들을 어기는 기술에 정통하는 일이다.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위대한 작가의 권위가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 작가의 분별 있는 사람 됨됨이 (sane humanness)
즉 세상일의 감식자로서의 그에 대한 신뢰성과 그의 개성과 기질이 지닌 복잡다단한 특성들의 총합에 근거한 안정감 말이다.
- 이걸 힘 (force)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스스로의 미학적 판단과 본능에 대한 작가의 전적인 신뢰, 즉 부분적으로는 그의 지성과 감성,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지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에 근건하고 부분적으로는 장인으로서의 경험에 근거하는 믿음이다. 이는 곧 자신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무엇은 성공하고 무엇은 실패할지를 아는, 오랜 연습을 통해 길러진 능력이다.
그러니까 작가 지망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정통한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책들을 탐독해야하며, 신중하게 글을 쓰되 꾸준히,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를 사려 깊게 평가하고 또 평가하면서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읽을 만한 책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의 큰 문제는 그가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 자신의 주장이 낡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적으로 내몬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절대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소설을 분석하는 법,
- 갑자기 상징을 접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
- 문학 작품에서 주제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 작가가 소설의 디테일들을 선택하고 구성한 방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이를 배우지 않고도 정말 잘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작가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문학의 트레이닝 - 독서와 쓰기를 모두 포함해서 - 이 아닌 세상에서의 경험이라는 주장은 너무나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이제 많은 이들에게 거의 복음처럼 들리기에 이르렀다.
자고로 소설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늘 인간의 감정과 가치 그리고 신념이었다.
소설가 니컬러스 델반코는 말했다. 네살이 되면 인간은 작가로서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경험 - 사랑, 고통, 상실, 권태, 분노, 죄책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 끝낸 것이라고. 작가가 하는 일은 그럴듯한 인간 존재들을 만들어낸 다음, 그것들에게 기본적인 상황과 사건을 부여함으로써 그것들이 자신에 대해 알게 하고 그러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들의 소설을 보여주는 법을 배우고 그것들을 정당하게 대하게 되는 건 어디까지나 트레이닝 - 위대한 책들을 공부하고 글을 쓰는 것-을 통해서다. 테크닉의 학습을 통해 우리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감정과 감상적인 것의 차이를 구별하는 방법, 계획 단계에서 보다 나은 극적인 사건과 더 나쁜 극적인 사건을 분별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우리의 처음 주제로 돌아가서 - 소설에 정통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지식이다.
그것을 얻는 방법이 무엇이 됐든지 간에 정통함 - 규칙들의 전체 목록의 암기가 아닌 - 이 작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는 모든 복잡다단한 소설의 기술 - 그 모든 전통과 모든 테크닉의 선택지들-을 익혀야만 한다.
정통함이란 벼락처럼 한순간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 축적하는 힘으로서, 세월을 지나며 꾸준히 변화해가는 날씨와도 같은 것이다. 달리 말해, 예술에 보편적인 법칙이란 없다. 모든 진정한 예술가들은 저마다 과거의 모든 미학적 법칙들을 몽땅 녹여버린 다음 재구축을 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작가에게는 그 어떤 무엇이라도 가능하다. 창조, 즉 새로운 법칙들을 저절로 탄생시키는 것이야 말로 예술의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위대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는 어떠한 고정된 법칙도, 한계도, 제약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이 됐든 자기에게 맞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는 - 조심스레 알게 된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를 알 수 있는 감식안을 길러야만 한다.
“위대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는 어떤 고정된 법칙도, 한계도, 제약도 있을 수 없다.” 존 가드너는 소설가로 유명했던 것만큼이나 문예창작론 강사로도 유명했다. 자신이 했던 수업과 세미나에 기초한 이 실용적이고 유익한 안내서에서 그는 훌륭한 글의 원리와 테크닉을 간단하고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소설의 기술』에서 쓴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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