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재미와 진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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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점에 이르면 작가는 구상을 멈추고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계획인 뼈대에 살점을 붙여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그는 부분적으로는 소설의 절차를 통제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부분적으로는 그것의 통제를 받는 입장이다. 그는 글을 써나가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들과 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한 번 펜을 놀릴 때마다 매우 설득력 있는 캐릭터와 배경들을 창조해내야만 한다. 그는 자기 스스로를 위해 자신의 전반적인 주제 또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더욱 확실히 밝혀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장르와 스타일을 선택하고 그것들을 미학적으로 정당화해야만 한다.

캐릭터는 부분적으로는 사건들을 포함한 사실들의 조합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상징적 연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자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우리의 매우 깊은 이해는 종종 상징적 연상으로부터 발생한다.

캐릭터들의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에서, 보통 작가가 자신이 도입하는 모든 이미지가 지닌 모든 함의를 그것들이 도입되는 순간에 생각해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직관적으로, 느끼는대로 쓴다.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그것의 가장 중요한 디테일들을 적어내려가면서, 가상의 꿈을 계속 살아 있게 하고, 때로는 생각조차 사라진 열띤 '영감'의 상태 속에서 써내려 가면서, 자신의 무의식에 의지하고 자신의 직감을 믿으면서, 나중에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상태에서 다시 봤을 때 그 장면이 제대로 작동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그는 계속해서 사건과 각각의 인물들을 작업하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또한 하루의 작업을 위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자신이 작업한 것을 거듭 읽으며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어제 멈췄던 곳에서 다시 쓰기 시작한다. 작가들이 서로 다른 작업방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 단계에서 작가가 가진 주요 관심은 완전히 설득력 있고 효율적이며 우아한 사건에 도달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소설의 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 무렵부터는 작가도 작품이 대충 어떤 것이 될 것이며, 그 주제가 어떤 것이 될 것인지를 매우 명확하게 알고 있다. 여기서 주제(theme)란 '메세지' - 좋은 작가들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사용되길 원치 않는 말-가 아닌 대략의 주제 (general subject)를 의미한다.

소설은 진실을 추구한다. 분명 그것은 시적인 진실, 도덕률로 쉽게 환언할 수 없는 보편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읽으며 가지는 관심의 일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는데 있다. 즉 우리가 작가와 다른 모든 인간들과 공유하는 갈등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떤 가치를 긍정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일반적인 도덕적 위험은 어떤 것인지 등등의 것들 말이다.

진실과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구분할 줄 모르는 작가는 절대로 좋은 소설을 쓸 수가 없다. 우리는 그가 긍정하는 것을 부정하면서, 화를 내며 그의 책을 집어던진다. 또는 만일 그가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슬픔과 희극적인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동질감조차 긍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그러한 행위가 완전히 옳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반박의 표시로 그 책을 덮는다.

물론 나쁜 사람들이 좋은 책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글을 쓸 때의 그들이 자신의 부인이나 아이를 때릴 때의 그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기 때문이다.글을 쓸 때, 충동적이고 고약한 성질의 인간은 다시 생각해볼 시간을 갖는다. 반면에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책을 쓰는 것도 아니다. 착한 마음과 성실함은 소설의 절차에 대한 엄격한 추구를 대신하지 못한다.

오래된 진실을 바꿔 말하고 그것들을 시대에 맞게 변용하면서, 전에는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적용해나가면서, 내러티브와 시각 이미지, 또는 음악에 내재된 힘을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예술가들은 도덕적으로 요청되는 미래의 문을 조금 연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아주 오래된 개념이 심지어 빈민층과 노예와 이민자, 최근에는 여성에게까지 적용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위대한 글쓰기가 프로파간다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의 절차는 그것에 어울리는 것들을 택하기 때문에, 그리고 소설의 절차에는 강한 공감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진정한 작가의 근본적인 관심 - 애초에 그 주제가 흥미를 끌게 된 이유 -은 인간적이기 마련이다. 그는 자기 주변의 세상에서 부당함이나 오해를 보며, 그것을 자신의 스토리에서 배제하지 못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 일차적으로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진정한 작가가 소설의 절차에서 누리는 기쁨은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자신이 늘 믿고 긍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있다.

『소설의 기술』에서 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