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모든 소설은 인물이 이끈다 (1)
주저 말고 주인공에게 욕정과 어두운 열정, 악행을 저지르려는 충동을 심자. 이 어두운 힘은 선한 의지, 도덕적 충동, 정신력과 결합해 불과 물의 상반된 힘이 칼날을 벼리듯 똑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_ 윌리엄 포스터해리스
모든 소설은 '인물이 이끈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플롯과 사건의 비중이 큰 소설에서도 독자가 이야기를 잇는 통로는 인물 뿐이다. 소설은 인물이 위협이나 난관에 맞서는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독자가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연결되고 유대감을 느낀다면 위험의 종류에 상관없이 반응을 보일 것이다.
플롯은 중요하다. 주제는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그러나 매혹적인 인물이 없으면 독자는 그중 무엇에도 닿지 못한다. 인물은 소설의 독창성을 좌우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세 가지 유형
긍정적인 주인공 전통적으로 영웅이라고 부르는 인물이다. 영웅은 다수가 공유하는 도덕적 환상을 대표하며 독자가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다. 긍정적인 주인공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감이 있으려면 주인공에게 결점은 물론 약점도 있어야 한다. 덧붙여 그런 결점에는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하며, 인물의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로 생긴 것이어야 한다. 결점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유 있는 결점은 입체감을 살린다.
부정적인 주인공 창조하기 가장 어려운 유형의 주인공이다. 독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영웅 (안티히어로) 공동체에 속하려 하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대항하지도 않는 주인공이다. 대신 이 인물은 자신만의 도덕규범에 따라 산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다. 반영웅은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공동체에 합류하게 되고, 이로써 강력한 이야기의 모티프(mofif, 동기가 되는 주제나 소재)가 생긴다.
잊지 못할 인물에게는 용기, 재치, 매력이 있다
주인공은 독자를 끌어당겨야 한다. 독자는 위대한 문학 작품을 떠올릴 때면 주요 인물부터 떠올린다.
용기: 반드시 준비한 다음에 증명할 것
주인공에게는 절대 불변의 한 가지 법칙이 있다. 겁쟁이는 안된다! 겁쟁이는 그저 견디기만 하는 사람이다. 행동하기보다 반응하는 사람이다. 설령 인물이 시작에는 겁쟁이였더라도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진정한 용기를 내야 한다. 행동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용기는 행동할 수 있는 배짱이다. 소설 속의 용기는 반드시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면 무엇보다도 먼저 바로 여기, 주인공의 가슴 속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너무 쉽게 포기하려 하는가? 너무 오래 참아왔는가? 그가 생각하거나 반응만 할 뿐 행동하지 않은 장면이 너무 많은가? 앞 장면으로 돌아가서 싸우는 모습을 집어 넣자. 주인공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자. 다른 인물이나 상황에 맞서는 행동을 하자. 미지의 세계로 걸음을 올기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든, 위험한 전투로 뛰어드는 일이든, 용기는 주인공과 독자를 이어준다.
용기를 행동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한 다음 '증명'해야 한다.
- 소설 시작 부분에 인물이 내면의 용기를 드러내야 하는 장면을 넣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회사의 부정행위 때문에 상사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상황을 잘 해결함으로써 결말이 가까워졌을 때 더욱 강렬하게 용기를 드러내리라는 것을 예고할 수 있다.
- 앞의 인물이 물러서는 모습을 통해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 난관이 닥쳤을 때 인물의 내적 갈등을 일으키자. 그러면 대결의 깊이가 한층 깊어진다.
재치: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치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모든 사람을 유쾌하게 만든다. 이 사실을 보여주기 쉬운 방법은 자기비판으로 재치를 부리는 것이다. 인물에게 자신을 비웃는 재주가 있다면 재치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또한 재치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 인물이 품위 있게 스스로를 농담거리로 삼을 만한 상황을 만들자. 그 상황을 시작 부분에 집어 넣자. 독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길 것이다.
- 대화를 꼼꼼히 살피고 몇 마디를 살짝 비틀어 자칫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장면을 살리자. 끝내주게 재치 있는 농담을 생각해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매력: 잇 걸의 힘
잇 (It)은 개인적인 매력을 의미한다. 성적인 매력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감탄 (또는 질투)을 불러일으키는 특성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사람을 알지만 종이 위에 이런 매력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한가지 방법은 매력을 지닌 인물을 작가나 다른 인물을 통해 묘사하는 것이다.
- 글을 쓰기 전에 인물과 꼭 맞는 시각자료를 찾아내자. '그녀는 바로 이런 모습이야!' 라고 외치는 듯한 사진을 찾아낼 때까지 잡지를 뒤진다. 그 사진을 오려서 글을 쓰는 동안 참조한다.
- 소설의 시작 부분에 다른 인물이 주인공에게 끌리는 장면을 넣자. 성적 매력 때문일 수도 있고 권력이나 환상 때문일 수도 있다. 끌림은 미묘할 수도 노골적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독자의 머릿속에 '매력적인' 존재를 심어두자.
인물의 태도를 어떻게 드러낼까?
매력적인 인물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독특하게 세상을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은 인물의 태도를 보여주며, 나아가 다른 인물과 구별을 지어준다.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쓴다면 화자의 목소리에 그 태도가 스며야 한다. 3인칭 시점의 화자는 주로 대화와 생각을 통해 태도를 드러낸다.
인물의 독특한 관점을 찾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그러려면 인물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일기를 쓰면 된다. 시작할 때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예상할 수 없어도 괜찮다. 10분에서 20분 동안 빠르고 맹렬하게 쓰고 또 쓰자. 목소리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질문에 인물이 거들먹거리며 대답하는 내용을 써보자.
- 세상에서 무엇에 가장 관심이 있는가?
- 자신을 정말로 화나게 하는 것은?
-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를 선택하겠는가?
-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
- 어린 시절에 어떤 아이였는가?
- 그동안 겪은 일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은?
편집하지 말고 어떤 형태로든 답을 쓰자. 소설에 활용할 만한 문구를 쓰는게 목표가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을 전개하는 내내 시간을 함께 보낼 인물을 깊이 아는게 중요하다.
반전이 없는 인물은 지루하다
- 긴장감이 높아지는 부분에 열기를 고조하자. 갈등을 증폭하자.
- 인물이 할 수 있는 행동과 반응 목록을 만들자. 익숙함을 넘어서자. 스스로 절대 엄두를 내지 못할 일들을 마음껏 떠올리자. 놀라울 수록 더 좋다. 대개 억지로라도 목록을 작성하다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오므로 적어도 열 가지는 생각해내야 한다.
- 이제 한 걸음 물러나서 새롭고 생동감 있어 보이는 행동이나 반응을 선택한다.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말자. 장면에 집어넣자. 소설의 다른 부분도 이렇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이타심이 있는 인물
그는 자신이 맡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돌보는데 그 점이 바로 핵심이다.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쓰는 인물을 좋아한다.
- 소설에서 주인공이 돌볼 만한 조연 인물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런 인물을 창조하자.
- 주인공이 반드시 위인 같을 필요는 없다. 내적 갈등을 겪어도 되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며 짜증을 내도 된다. 중요한 건 그가 하는 행동이다.
명예를 지키는 인물
명예심은 윤리 원칙에 충실할 때 나타나는 강한 도덕적 특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가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올바른 행동을 이끌어내는 내적 자질이다.
인물이 내면의 전투를 모조리 보여준다면 작가에게는 위대한 소설의 재료가 생긴 셈이다. 결국 명예를 선택하든 치욕을 선택하든 작가는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고 독자는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게 될 것이다.
- 인물의 윤리 의식을 명확히 해 두자. 소설 속에 뚜렷이 드러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작가가 이를 알고 있다면 인물은 그에 걸맞게 행동하게 된다.
- 인물이 어쩔 수 없이 도덕적 선택을 내려야 하는 장면을 구성하거나 고쳐 쓰자. 명예롭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 강력한 이유를 설정하자. 그 결과로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독자에게 보여주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5: 고쳐쓰기』에서 쓴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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