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글이 흐르는 파이프가 막히면

· 읽는 시간 약 2분

빠르든 느리든 자신만의 속도로, 번아웃이나 라이터스 블록 없이 쓰려면 어떤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할까?

의외로 그 답은 매일의 생활과 몸에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잘 잤는지, 햇빛은 충분이 쬐었는지, 운동은 했는지에 따라 그날그날 쓰는 글의 양과 질이 직접적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작업 시간의 경우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게 몰입에 용이한 것 같다. 글 쓰는 공간, 글 쓰는 도구를 지나치게 수시로 바꾸거나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을 과감히 제거해볼 만하다.

당신에게서 보이지 않는 자원을 훔쳐가려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주로 모든 것을 가지고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쪽을 의심하면 된다.

일을 잘하면서 취미를 많이 가질 수는 없고, 배우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어려워 마냥 재밌게 지식을 얻기는 힘들며, 사교 생활을 활발히 하는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을 음미하기는 불가능하다.

전부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는 뭔가 팔 게 있는 사람이다. 과잉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자.

괴팍하다 싶게 방어해 만들어낸 여백을 창작에 몰아주면 집중력이 되돌아올 것이다.

막혔던 글을 다시 흐르게 해줄 자극은 인접 분야에서 얻을 수도 있다.

순환, 전환, 환기를 일으키는 인접 분야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책상에서 벗어나야 책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마감이 너무 바빠 외출이 어렵다면 최대한 엉뚱한 책을 펴보는 것으로 대체 가능하다.

손이 날 듯 써지는 날들은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아가지 않는 것 같은 상태에 오래 갇힐 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 쓴 몇 줄이 내일의 몇 장을 불러온다는 것은 확실하며, 노트와 노트북을 펼치는 일만으로 당신 안의 기계가 어느새 부드러이 작동할 것이다. 다 지우더라도 쓰자.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에서 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