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듯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이름
시작은 '겹쳐 그리기'가 답인 듯 하다.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유형화하되, 하나의 굵은 선이 아니라 가는 선 수십개를 사용한다는 느낌으로 임하면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캐릭터의 외곽선을 그릴 수 있다.
외모를 일일이 묘사하는 것보다 핵심적인 성격을 묘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 곧잘 던져 보곤 하는 질문들을 모아보았다.
인물의 유년은 어떠했나?
인물의 타고난 기질은 어떠하고, 그 기질에 대해 인물과 주변 인물들은 어떻게 느끼는가?
인물은 어떤 집단들에 속해있고, 집단 내 관계는 어떠한가? 집단의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인가, 이견을 드러내거나 반발하는 사람인가?
인물의 자연스러운 장점은 무엇인가?
고치고 싶어 하지만 고치지 못하는 인물의 단점은 무엇인가?
인물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상태는 어떠한가?
인물의 일상은 하루, 일주일, 한 달, 분기, 1년 단위로 어떻게 구성되나?
인물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인물이 작중에서 일어난 비일상적 사건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사건에 대한 정보는 얼마만큼 가지고 있나?
인물이 다른 인물들과 영향을 끼치고 받는 양상은 어떠한가?
인물은 신뢰감이 있는가?
인물에게 비밀이 있는가?
인물의 욕망은 무엇인가? 그 욕망은 얼마나 강한가? 그 욕망이 충족되거나 되지 않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인물은 무엇에 절망하나?
인물이 사랑하는 대상과 증오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인물에게 습관이나 기호품이 있는가?
인물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 품은 궁극적인 의문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짚으려 한다. 인물과 완전히 친해진 다음 글을 쓰기 시작하겠다고 계획하면 시작이 점점 뒤로 밀리고 만다. 한사코 피해야 할 사태다.
알 듯 말 듯한 상태에서 망설임을 버리고 쓰기 시작하자. 써야만 알 수 있다. 쓰기 자체보다 스스로에게 하는 온갖 변명들을 쏘아 떨어뜨리는 일이 훨씬 어렵지 않나 싶다.
머리속 핑계들을 클레이 사격하듯 명중시켜 부수자. 변명과 핑계를 변명과 핑계로 인식하기만 해도 시작이 좋다.
이름이 곧 장르인 소설가 정세랑의 신작 산문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는 정세랑 작가가 5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이자, 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책이다. 2010년 데뷔 이래 ‘쓰는 힘’만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세랑 작가는 이 책이 “아직 발걸음을 떼기 전인 창작자의 등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미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삶과 창작 사이의 벽은 그리 두껍지 않다. 그것은
다정한 안내자 덕분에 힘을 내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에서 쓴 노트
- 어떻게 고칠 것인가?2026-07-20
- 이야기의 한가운데에서2026-07-20
- 살아 있는 듯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이름지금 읽는 글
- 소재 찾기, 5개년 계획2026-07-20
- 주제 찾기, 당신을 움직이는 질문들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