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아이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좋은가?
너무 좋았다. 왜냐? 신선했기 때문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을 모두 다 빗겨나간 채 스토리가 진행된다. 새 책에 붙어 있는 띠지에 왜 '스포 금기'가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특히 현역 의사가 직접 쓴 글이라 그런지 더 생생하게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내 예상을 빗나가는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너무도 즐거운 일이다. 일본 특유의 문체도 마음에 들었고, 작가가 펼쳐놓은 떡밥을 모조리다 회수하면서 결말 역시 완벽하게 맺었다.
소설의 제목이 왜 '금기의 아이'인지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탄성이 나올 정도로 이해가 되었다. 그만큼 잘 짜여지고 잘 쓰여진 책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과 인물
지금 바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을 써본다.
의사인 주인공의 병원에 갑작스러운 시체 하나가 들어온다. 이 시체는 주인공과 너무도 닮았다. 키, 외모, 피부까지 뭐하나 다른 것 없이 너무도 닮은 사람이 시체가 되어 나타났다. 이 설정부터 충격적이고 재밌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람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람과 주인공의 관계는 무엇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아주 매력적인 인물은 주인공의 병원 동료이자, 이 전체 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 의사 선생님. 아주 시니컬하면서도 객관적이고 냉철한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 흔히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명탐정과 비슷한 구석도 있고 다른 면모도 있었다. 일단 굉장히 잘생긴 외모로 나온다. 묘사가 그랬다. 상상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잘생긴 뇌섹남이자 명탐정이라니! 일단 여기에서 인물의 호감도가 매우매우 올라간다. 성격도 마음에 든다. 아주 시니컬하고 객관적으로 행동하고 냉철해 보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따뜻함이 존재하는 사람. 이런 반전 매력이 있어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듯 했다.
독자로서 작가가 이 명탐정의 또 다른 사건 해결을 책으로 꼭 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컨셉 하나가 바로, 부모들은 아이를 갖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여기에만 집중해 왔지만, 실제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나? 태어남을 선택하고, 길러짐을 원할 수 있나? 라는 것이었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 아주 흥미롭다.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부모들. 그들을 위해 의학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하고 시도해보는 의료진들. 그런데 정작 태어난 아이들은 그것을 진짜 원했을까? 태어나짐을 당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스포 있음 동일한 염색체를 가진 아이들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커가면서 완전히 다른 인물로 성장하고 결말 조차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과연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해 또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불임인 부부를 위해 자신의 난자를 기증한 의사, 그리고 그 수정체를 엄마의 몸에 심고 출산까지 도왔던 부분. 이것도 정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컨셉인데, 이런 시도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있었다니. 그리고 그 때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엮여 있다니. 이 반전이 주는 쾌감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결말에 대해 (스포주의)
사실, 충격적인 부분이 굉장히 있었다. 근친상간. 내 사랑하는 아내가 알고 보니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여동생이었다는 것. 이런 설정자체가 얼마나 대단한가. 사실 근친상간이라는 소재는 그렇게 엄청나게 새롭거나 신선하지는 않다. 하지만, 수정체를 공유한 사이라는 의학적 컨셉이 들어가지면서 주인공과 그의 와이프와 그리고 죽임을 당한 시체 (또다른 형 혹은 남동생)까지 엮이면서 이 소설은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 되어버렸다.
사실 소설의 초반부에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왜 굳이 들어가는지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장면 조차 결말에서 짚고 넘어가서 작가의 치밀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임신한 아내이자 내 여동생으로 부터 태어난 우리 아이가 바로 금기의 아이인 것이고, 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부가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하며 이 소설을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을 덮어주되 진실을 알려준 명탐정 의사선생님의 화려한 쇼도 인상 깊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소설의 컨셉, 혹은 플롯이 소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든다. 어떤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거냐에 따라 독자의 흥미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고, 흥분한 독자를 차근차근 잘 끌어가는 것으로 소설의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낙하라는 소설
이 책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낙하>라는 소설도 비슷한 컨셉이다. 금지된 사랑. 가족 간의 이성적인 애정. 하지만, 낙하는 이렇게 까지 치밀하지는 못했다. 왜냐면 사람이 죽고 문제가 발생하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메인 플롯이 없었기 때문이다. 낙하는 이혼과 사별을 겪은 엄마, 아버지가 각각 아들과 딸을 데리고 결혼을 하는데, 이 아들과 딸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새로한 혼인 관계에서 막내 아들이 태어나는데, 어쩐지 이 아들은 누나를 짝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류의 컨셉이다. 다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이 굉장히 나쁘기도 하고, 컨셉만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게 괘씸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결말이 금지된 사랑을 나눈 둘의 자살로 맺어지게 된다. 부정적인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금기의 아이와 비교해 보면 좋은 소설임은 분명하다.
야마구치 미오 『금기의 아이』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유키 하루오’,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
오싹하고 소름 돋는 최고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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