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비밀의 비밀

· 읽는 시간 약 5분

왜 이 작가가 수많은 상을 받았는지, 스릴러의 제왕이라고 불리는지 정확히 알았다.

할런 코벤의 책은 처음 읽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넷플릭스 시리즈의 '아윌파인유'를 봤을 때였다. 시리즈의 제목 앞에 '할런 코벤의'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넷플릭스 시리즈 앞에 고유 명사처럼 붙는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나만 몰랐던 너무도 유명한 사람이었다.

굳이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프리다 맥파슨은 이 사람의 아류라고 느껴질 정도로 필력이 대단했다. 아이디어도 흘러 넘쳤고, 읽는 내내 아주 기쁜 마음으로 흥분된 자세로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주는 소설의 재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슬프기까지 했다. 몰랐던 시절이 너무 길었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 이 소설이 재미있었나?

역시나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마야 버켓은 이라크 파병까지 다녀온 군인 출신의 여성이다. 일단 군인과 여성 두가지 이미지를 같이 쓰면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그냥 군인도 아니고, 전쟁을 제대로 경험해 본 '진짜' 군인이었다. 게다가 통솔력이 있어 군에서도 책임자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긴 했지만, 체계적이고 규율이 잡혀있고 문제 해결 접근이 가능했으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갖춰진 사람이었다. 여기서부터 매력이 폭발했다..!

다음으로 그녀에게 벌어진 여러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흥미로웠다. 그녀의 남편은 아주 부자인데다가 명망있는 버켓 가문의 맏아들이었는데, 죽임을 당한다. 그의 남동생도 17년전에 죽었다. 그리고... 마야의 언니도 죽었다. 그녀를 둘러싼 가까운 사람들의 사망이 그녀를 모종의 사건으로 끌어들인다.

그녀를 도와주는 조력자들도 흥미롭다. 군 시절부터 그녀를 잘 따랐던 셰인, 언니의 남편인 형부 에딘, 그리고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조카들과 딸 릴리.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도움을 받는다. 이 관계는 너무도 평범하고 애정이 넘쳐 귀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에 의해 깨어질까봐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플롯에 대해 (스포 주의)

결국, 사건의 범인은 마야 본인이었다. 남편을 죽인 범인은 마야였다. 남편 조가 언니를 죽였기 때문이다. 언니는 버켓가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었고, 이걸 조에게 걸려 죽임을 당한다. 언니가 사망할 당시 마야는 파병을 나가 있었다. 마야는 언니를 너무도 사랑했고 조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책의 분량이 10% 정도가 남았을 때 마야는 자신이 조를 죽였노라고 고백한다.

사건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어진 것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실마리가 깔려 있는데 이런 것들이 있었다.

  • 죽은 조를 CCTV에서 본 마야
  • 소설 전체가 마야의 독백처럼 이어지는데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마야를 대변하면서 마야 입장에서 전체 글이 작성된다) 마야가 조를 죽이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상황상 그녀가 조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내용들만 나온다.
  • 언니 클레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데 집중한 마야
  • 이걸 파고 가다 보니 남편의 동생 앤드류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찾게되는 마야
  • 앤드류의 죽음에는 또 당시 동급생이었던 한 남자의 죽음도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 마야
  • 그 와중에 진실을 폭로하는 단체도 등장하고...

이런 식으로 여러개의 사건 사고들이 동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할런 코벤은 이 스무스한 사건 연결하기의 달인인 듯 했다.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그 흐름을 독자가 따라가다 보면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가 없고, 작가의 의도대로 생각하게 되길 마련이다.

책의 분량 30% 정도를 남겨두고 나 스스로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떤지 상상을 해봤다. 아마도 마야의 형부 에디가 범인일 것이다. 너무 착하게만 나오는데 여기에 반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시어머니인 주디스가 분명 무슨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런 식으로의 반전을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큰 반전은 마야에게 있었다.

다만 결과에서

마야가 버켓가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며 생을 마감한다. 사실, 이 파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감이 되지 않았다. 마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딸 릴리가 있었다. 아무리 에디, 셰인이 옆에 있다하더라도 딸을 지키는 것이 엄마로서의 당연한 사명이자 명분일텐데, 딸을 두고 죽음이라는 것을 선택하는게 말이 되는가? 물론 그녀는 군인인데다, 전쟁을 경험했고, 트라우마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사람이라 이 생에 대한 미련이 없을수도 있지만, 릴리를 놔두고... 이렇게 생을 마감해 버린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야가 조를 죽인 것에 대해서도 더 납득할만한 서사가 있었으면 한다. 마야는 언니 클레어와 무진장 친했다. 아주 각별했다. 그리고 언니는 의문의 살해를 당한다. 마야가 복수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자신의 남편이고 아이의 아빠인데, 언니 죽음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살해를 결심하는 것은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조를 자신의 손으로 차마 죽일 수가 없지만 복수를 하고 싶어서 다른 작전을 써서 조를 위험에 빠뜨린다 던가...흠 이렇게 쓰다 보니 나도 잘 모르겠다. 언니를 너무 사랑했다면 복수를 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하지만 엄청나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아무튼

여러 의문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주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매력적인 주인공과 반전의 반전, 꼬리의 꼬리를 무는 사건들의 연결고리가 나를 즐겁게 했다. 감사합니다, 할런 코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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