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소설의 시작: 강렬한 인상을 심자

· 읽는 시간 약 8분

소설의 시작 부분인 1막에서는 다음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 독자를 사로잡는다.
  • 독자와 주인공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한다.
  • 장소, 시간, 맥락 등 소설의 배경을 제시한다.
  •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한다. 전개가 빠른지, 익살스러운지, 역동적인지, 인물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지, 속도감이 있는지, 느긋하게 흘러가는지.
  • 독자를 중간 부분으로 넘어가게 만든다. 계속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만든다.
  • 적대자를 등장시킨다. 누가 또는 무엇이 주인공의 길을 가로막는지 알린다.

이 과제들을 잘 해결하면 플롯의 기초가 튼튼해진다. 독자는 유능한 이야기꾼을 만났다고 느낄 것이다.

처음부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

우리의 첫 독자는 늘 편집자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들은 아주 냉혹한 독자다. 어떻게든 거절할 이유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절할 이유를 줘선 안된다.

출판사의 영업부와 디자인부에서 일을 제대로 했을 경우 그다음으로 만나게 될 독자는 서점에 서서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가 알고 싶어 책장을 들춰보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제대로 치러야할 싸움은 바로 이 순간이다. 소설을 읽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은 독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 잡아야 한다.

첫인상은 바꾸기 어렵다. 한번 나쁜 인상을 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두 배는 더 힘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회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삶에서나 소설에서나 좋은 첫인상은 아주 도움이 된다

첫 문장으로 사로 잡기

페니 도슨은 잠에서 깨어 어두운 침실에서 무언가가 몰래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다크폴'

우선 인물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이름이 나오는 방식이 좋은 이유는 현실감이 더 커져 몰입감이 높아지고 불신감이 자연스레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위 첫 문장은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거나 곧 일어날 것임을 알리고 있다. 보통의 일이 아니라 불길하거나 위험한 일이다. 즉 주인공의 평범한 생활이 흔들린다.

분명한 사건을 일으키는 대신 사건이 곧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면 된다.

훌륭한 이야기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내고 남은 인생이다.

스칼릿 오하라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남자들은 그녀의 매력에 빠지면 이 사실을 거의 눈치 채지 못한다. 탈튼 쌍둥이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행동으로 사로잡기

대화는 직접적인 행동 중 하나다. 대화에 갈등 요소가 있다면 더욱 좋다.

깊은 감정으로 사로잡기

독자들은 주인공이 느끼는 깊은 감정이 보편적이기에 유대감을 느낀다.

애니는 내 팔을 잡아당기더니, 사람들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엄마가 저기 있어! 서둘러" 나는 보지 않았다. 어디냐고 묻지 않았다. 애니의 엄마는 7개월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나는 꼼짝 않고 계속 서 있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 빼고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조용한 게임'

회상으로 사로잡기

태도로 사로 잡기

순수소설에서 1인칭 시점 화법을 사용하면 문체와 분위기를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프롤로그로 사로 잡기

프롤로그, 즉 서문이나 서시 등을 이용하는 것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작가는 여러 방식으로 프롤로그를 이용한다. 프롤로그의 주요 기능은 독자가 1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프롤로그에는 주인공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프롤로그 역시 결국에는 메인플롯과 이어져야 한다.

  • 사건: 죽음과 연관된 장면에서 시작한다. 분위기와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즉시 형성한다. 사건은 프롤로그에 나올 만큼 중요해야 한다. 될수록 짧아야 한다. 문제로 끝나야 한다. 즉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생기려고 하는 상태로 끝낸다. 프롤로그를 메인플롯에 언젠가 꼭 연결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야 한다.
  • 액자식 구성: 프롤로그에서는 지나간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인물을 보여줄 수도 있다. 메인플롯과 이어지는 느낌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무미건조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져야 한다. 흥미로운 목소리는 필수다. 앞으로 펼쳐질 사건이 프롤로그의 인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줘야 한다.
  • 예고: 예고란 나중에 일어날 내용을 시작 부분에서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 전체에서 가장 긴장감이 고조된 장면을 골라야 한다. 똑같은 단어, 문장을 써도 되고 약간 바꾸어도 된다. 결말을 보여주면 안된다. 그래야 계속 읽을 것이다.

인물을 통해 독자와 유대감을 쌓자

유대감을 높이는 네가지 동력

  • 동일시: 독자가 자신과 주인공을 동ㄹ시하면 할수록 플롯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동일시는 소설 속 이야기가 바로 독자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준다. 우리는 성공하려고 애쓰고, 때때로 두려워하며, 완전하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는 약점들을 갖고 있다.
  • 공감: 공감은 독자가 주인공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부을 때 커진다. 좋은 플롯의 필수 요건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위험을 통한 공감 (끔찍하고 급박한 문제에 빠지면 독자들은 금방 공감한다), 역경을 통한 공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운을 겪는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연약함에 대한 공감.
  • 호감: 호감 가는 주인공은 당연히 호감 가는 일을 한다.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주인공에 반영하자. 재치가 있고 너무 진지하지 않은 인물이 독자의 호감을 산다. 너무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 내적 갈등: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강하고 두려움 없이 돌진하는인물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우리 모두는 망설이고 의심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주인공의 망설임을 플롯의 전면에 내세우면 독자들이 더욱 흥미를 느낀다.

첫 쪽에서 이야기 전개를 가로 막는 세가지 요인

  1. 지나친 묘사
  1. 기나긴 회사
  1. 위협이 없음

좋은 소설은 위협에 대한 반응에서 시작해 그 문제를 계속 다룬다. 시련을 도입부에 빨리 넣어야 한다.

중간까지 멈추지 않고 읽게 만들려면

  • 매력적인 주인공
  • 주인공과의 유대감
  • 주인공의 세계를 뒤흔드는 요소

주인공이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을 거쳐 2막으로 들어갈 때쯤엔 적대자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 알려야 한다. 그렇다고 적대자의 정체를 완전히 보여줄 필요는 없다. 나중에 정체를 드러내는 비밀에 쌓인 적대자가 있다면 완벽하다. 중요한 점은 적대자의 존재다.

적대자는 주인공만큼 강하거나 더 강해야 한다. 적대자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요소를 주면 좋다. 적대자 역시 그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할 수 있는 명분을 주자. 그렇게 하면 소설이 더 탄탄해 진다.

상황 설명, 인물 설명은 적절히

정보를 쏟아놓으면 플롯은 눈에 띄게 느슨해진다.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대개는 그 대목을 잘라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흐름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쓸데 없는 설명으로 시작하지 말자.

  1. 행동을 먼저 하고 설명은 나중에 한다.

움직이는 인물로 시작한다. 독자들은 인물의 행동을 따라갈 것이고, 그 인물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한 정보는 나중에 조금씩 흘린다.

  1. 빙산의 일각만 설명한다.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말하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 즉 정보의 10%만 보여주고 90%는 수면 아래 남겨둔다. 나중에 좀 더 많이 보여주면 된다. 적당한 때가 오기 전까지는 설명을 자제한다.

  1. 정보를 갈등이 드러나는 장면에 끼워 넣는다.

정보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열한 갈등 장면 속에 끼워 넣는 것이다. 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이용해 핵심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 할 수 있다.

요즘의 독자들은 성미가 급해서 왜 계속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묘사로 시작하고 싶다면 다음 세 가지를 따르는 게 좋다. 첫째, 분위기를 정한다. 둘째, 인물을 빨리 등장시킨다. 셋째, 계속 책장을 넘겨야 할 이유를 만든다.

내 이름은 이슈마엘. 몇 해 전에 - 정확하게 얼마나 오래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도 없고 육지에는 재미있는 일도 없어서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나 구경할까 생각했다. 우울한 마음을 몰아내고 피가 제대로 돌게 하려면 그게 좋다. 입가의 표정이 사나워지고 내 영혼에 11월의 비가 축축하게 내릴 때, 장의사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우연히 만난 모든 장례 행렬의 뒤를 쫓아갈 때, 특히 우울증이 나를 사로잡아서 거리로 뛰쳐나가 남의 모자를 족족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 그럴 때에는 가급적 서둘러 바다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게는 권총과 총알 대신이다. '모비딕'

어떤 장르의 소설이라도 독자를 사로잡고, 분위기를 정하고, 동적인 느낌을 주고, 독자와 인물을 교감하게 하고, 사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설명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플롯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에서 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