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

시작을 방해하는, 창작에 대한 오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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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재능이 필요할 거라는 오해

워낙 과경쟁 사회이다 보니 잘할지 못할지 가늠이 어려운 영역에서는 '섣불리' 발 들이지 못하게 하는 압력이 작용해버리는 것이다. 창작의 영역에서 특히 이 '섣불리'라는 말을 해치워야 하지 않나 평소 생각해왔다.

잘하는지, 재능 있는지 판단하고 싶겠으나 판단의 시점을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뤄보면 어떨까? 평범한 사람이 아는 단어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능, 개성, 독창성.. 뭐라고 부르든 그 반짝거리는 것은 시작 선에서 주어지기보다는 원고지 몇천 매를 넘어설 때마다 조금씩 얻게 되는 뜻밖의 것이 아닐지 싶다.

항상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만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창작의 세계는 어린 시절 백일장 순위가 죽는 날까지 유지되는 세계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연필을 잡자마자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어도 상관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쓰는 사람으로서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마음만 충분하다면.

이른 나이에 관련 전공을 해야 하리라는 오해

무엇을 배우든 무슨 일을 하든 자신만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된다. 글쓰기는 두드러지는 도구가 없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하기 굉장히 유리하니, 굳이 자기 삶을 결정하기 어려운 나이에 강한 갈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미 성인이라면 말리는 사람도 없고 가뿐하실 테다. 한층 가차 없이 쓰시면 좋겠다.

엄청난 집중 상태로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닐 것이라는 착각

글은 써지지 않는 게 기본 상태인 것 같다. 오히려 여백만 마주하다가 겨우 쓴 세 줄이 나을 수도 있다.

산만해지고 막히고 다음을 모르는 상태가 당연하므로 가상 세계의 맹렬하기만 한 작가들 때문에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으셨으면 한다.

긴 시간이 필요해서 다른 직업과 병행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

어떤 분야든 직접 들어가보지 않고 밖에서만 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크다. 직업인으로서 여러 문을 열어본 이는 그릴 수 있는 세계가 월등히 넓을 테니 다른 직업으로 보내는 시간도 결코 창작과 무관하지 않다.

한 가지 분야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지금 막 탐색 중인 창작자라면, 운명의 상대가 하나 이상일 수도 있다고 귀띔해드리고 싶다. 하나에 통달한 다음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게 맞지 않나, 주저하는 마음이 들 수 있겠으나 해야 할 작업이 복합적인 영역의 것이라면 동시다발적이고 확산적인 방식으로 나아가시는 게 낫겠다.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준비되지 않았다면 개인적이고 내밀한 재료로 글을 쓰기보다는 길게 지니고 있던 고민들, 질문들부터 꺼내놓아도 괜찮다.

'나는 한동안 이런 질문의 답을 찾고 싶어 들여다봤는데, 읽는 당신은 어떤가요?'에서 출발해도 충분하다.

창작은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이미지

글쓰기를 떠올리실 때 절벽 위 목숨을 거는 도약 말고, 아침의 여상한 스트레칭 정도를 그려주시면 적절할 듯 하다. 매일 부담 없이, 각오 따위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맨몸 운동에 딱 들어 맞는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에서 쓴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