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기질이 있을까?
무섭게 읽는 사람이 쓴다
일단, 저 사람 괜찮은지 다소 근심스러울 수준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았다. 한 달에 두세 권 읽는 작가는 본 적이 없다. 이들은 고치를 만들기 전의 애벌레처럼,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처럼 먹어 치우듯이 읽는다.
책을 탐욕스럽게 끌어모으며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읽는 이들이 결국 직접 쓰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건강한 삶의 방식이냐 하면 아닐테지만, 그 정도의 쏠림이 있어야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게 아닐까? 균형을 잃고 난 상태에서 그다음의 변화가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심할 틈 없이 무언가를 파고든다
쓰는 이들은 항상 뭔가를 알아보고 있고, 알아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제 생각을 더하며 궁리한다. ** 자료 조사든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일이든 즐거워하며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책에서 책으로 점프하다가 며칠이 사라져버렸다? 시간 낭비를 한 것이 아니다. 당신 안에 다른 사람에게 없는 정보의 사슬이 생겼을 테다. 딴 생각으로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한심한게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흥미를 끄는 분야가 계속 나타난다? 산만하다는 비난은 튕겨내야 한다. 머릿속 기동력이 좋은 것이다.
"원래부터 그런 거야"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세상이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다른 방식은 없는지 묻는 과정에서 쓸거리가 생기기에 의문을 가지고 순응하지 않는 이들이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말을 느리게 여과한다
느리게 세상을 소화하는 일에 가깝고 요약할 수 없음에 방점을 둔다. 사람에 대해서도, 집단에 대해서도,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한 단면만이 있지 않음을 말하는 데 온 목표가 있는 것이다.
생활 방식이 간소하다
글을 쓰는 삶에 시끌벅적한 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날은 반복되는 작업과 그로 인한 고립으로 들어찬다. 긴 이야기를 쓰는 시기에는 특히 하루 종일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아서 전화를 받는 데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기도 한다.
자아가 크지도 작지도 않다
자아가 적당한 크기여야 작가마다 세상을 비추는 손거울이 있고, 한 사람이 아무리 애써도 그 작은 거울에 전체를 담을 수는 없으며, 조각 거울들이 저마다 빛내며 만드는 모자이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수월히 체화한다.
평범한 한 사람이 거울을 놓치지 않고 여러 각도로 움직여보는 일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담지 못한 부분은 곁의 사람이 그의 거울로 담을 것이다.
이름이 곧 장르인 소설가 정세랑의 신작 산문집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는 정세랑 작가가 5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이자, 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책이다. 2010년 데뷔 이래 ‘쓰는 힘’만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세랑 작가는 이 책이 “아직 발걸음을 떼기 전인 창작자의 등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미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삶과 창작 사이의 벽은 그리 두껍지 않다. 그것은
다정한 안내자 덕분에 힘을 내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에서 쓴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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